대왕암공원은 울창한 송림길과 바다 산책로가 이어져 사계절 걷기 좋은 장소로 손꼽힌다. 특히 여름이면 솔숲 아래 피어난 맥문동이 산책길 곳곳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바닷길을 따라 펼쳐진 노란 해바라기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숲과 바다를 물들인 알록달록 꽃물결. 이번에는 지금 걸어보기 좋은 대왕암공원 산책코스를 소개한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1만 5천여 그루의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선 송림길이 이어진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닷바람을 견디며 곧게 자란 소나무들이 산책로 전체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니, 한낮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세 갈래길로 나뉘지만, 어느 길을 택해도 울창한 솔숲을 지나 대왕암에 닿을 수 있다. 해안을 따라 걸으며 출렁다리까지 즐기고 싶다면 ‘전설바위길’, 보랏빛 맥문동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송림길’, 사계절 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사계절길’을 추천한다. 세 길은 서로 연결돼 있어, 어떤 길이든 대왕암공원의 다채로운 풍경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여름 대왕암공원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맥문동이다. 8월이면 송림길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이 피기 시작해 9월 초 절정을 이룬다. 어두운 소나무 기둥 사이마다 보라색 맥문동 꽃이 빼곡하게 들어서며 숲 전체가 보랏빛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맥문동은 그늘진 환경에서 더욱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소나무 그늘이 깊을수록 보랏빛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송림길을 벗어나 울기등대를 지나면 대왕암으로 향하는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대왕교를 지나 동해 바다 한가운데 다다르면 짙푸른 수평선을 배경으로 기기묘묘한 바위가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다. 거센 파도와 세월이 빚어낸 기암괴석, 그리고 붉은빛 대왕암 바위섬의 조화는 솔숲과는 또 다른 대자연의 웅장한 절경을 선사한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슬도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길 끝자락에서 초화단지를 만날 수 있다. 봄날에는 유채꽃, 여름이면 해바라기로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이곳. 유난했던 더위에 해바라기는 조금 일찍 인사를 건넸지만, 노란 꽃이 머물던 화원에는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스며들며 가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황금빛 풍경은 아닐지라도, 짙푸른 동해 수평선과 어우러진 해안 산책로는 여전히 깊은 운치를 자아낸다. 보랏빛 맥문동이 만개한 송림길에 시작해 시원한 동해 바다가 펼쳐지는 해안길에 닿기까지, 천천히 걸으며 이 계절 대왕암이 주는 선물 같은 순간들을 차분히 누려보자.
대왕암공원은 숲과 바닷길을 따라 다양한 산책코스가 조성돼 있다. 코스별로 볼거리가 다르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즐기면 된다. 8월과 9월에 방문한다면, 맥문동과 탁 트인 동해 비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송림길+바닷가길 코스를 선택해보자.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공원 북측 해안에 위치한 출렁다리까지 함께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한낮의 뜨거운 볕을 피할 짙은 나무 그늘과 가슴이 뻥 뚫리는 바다 풍경. 여기에 보랏빛 맥문동과 노란 해바라기까지 더해지니 눈까지 즐겁다. 이제 끝을 향해가는 여름, 푸른 바다와 싱그러운 숲을 품은 대왕암공원에서 올여름 마지막 피서를 즐기며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