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야경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 바로 누각에 오르는 것이다. 낮에도 속이 뻥 뚫리는 풍경을 만날 수 있지만, 누각에서의 밤은 또 다르다. 누각의 창에 달이 걸리면 도심의 불빛과 하늘의 별빛이 만나 은하수를 이룬다. 한결 선선해진 여름밤, 울산을 대표하는 누각에 앉아 낭만 가득한 도시를 만끽해보면 어떨까.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승려 자장이 태화사를 창건하면서 건립된 누각이다. 조선시대에는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영남 3루로 불렸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400여 년이 지난 2014년 고증을 통해 다시 복원되었다.
복원된 태화루는 고려시대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졌다. 정면 7칸, 측면 4칸의 주심포(柱心包) 양식₁₎으로 건립됐으며, 36개의 기둥은 배흘림기법₂₎의 원기둥이라 더욱 멋스럽다. 하늘로 뻗은 팔작지붕이 한국 전통미를 뽐내고, 대들보와 서까래에는 용을, 처마 끝에는 울산의 전통 설화인 ‘처용’을 새겨 넣어 의미를 더했다.
1)주심포양식: 고려 시대 목조 건축에서 사용된 공포(栱包) 구조로, 기둥 위에만 공포를 설치한 건축 양식
2)배흘림기법: 원형 기둥의 중간 부분을 가장 두껍게 하고 위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로, 시각적 안정감과 구조적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통 건축 기법
태화루에 오르면 기품 있는 자태에 버금가는 절경도 감상할 수 있다. 넓게 굽이쳐 흐르는 태화강과 국가정원이 한눈에! 특히 밤이면 강물에 일렁이는 도심의 불빛과 경관조명이 어우러져 그 멋이 배가 된다. 태화강에서 바라보는 태화루의 야경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니, 안팎의 아름다움을 모두 누려보자.
함월루는 2015년에 건립된 누각으로, 주심포 양식의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이뤄진 중층 구조다. 중요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이 도편수로 참여했고, 서울 조계사와 해인사의 현판을 쓴 서예가 송천 정하건 선생이 현판을 써 완성도를 높였다. 지붕은 팔작지붕, 궁궐에 많이 사용하는 모로단청으로 고급스러운 전통미가 느껴진다.
‘달을 품은 누각’이라는 뜻을 지닌 함월루. 함월산 해발 고도 약 200m 지점에 자리하고 있어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울산 시가지는 물론 울산대교까지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장점. 밤이 되면 누각 자체의 아름다움과 도심 속 조명이 더해져 장관을 연출한다.
여름밤의 낭만을 더 길게 누리고 싶다면, 함월루에서 차로 5분,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달빛누리길’을 찾아보자. 울산경찰청 후문에서 스타벅스 성안점까지 약 1.8km 가량 이어지니, 함월루에 들르기 전후로 천천히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풍경 좋은 곳에 누각을 세워 풍류를 즐겼다.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읊고, 달빛을 벗 삼아 밤을 지새우던 공간. 세월이 흘러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누각을 즐기지만, 쉼이라는 본질은 여전히 같다. 그러니 어느 고단한 하루 끝, 누각 아래 풍경을 벗 삼던 선인들처럼, 소란스러운 생각은 뒤로 하고 그저 풍류의 시간으로 머물러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