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로 접어드는 지금. 특별한 준비 없이 떠날 수 있는 피서지를 찾는다면, 도심 속 공원은 어떨까. 시원한 그늘 아래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면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호반길이라면 금상첨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 있으니, 바로 송정 박상진호수공원이다. 여름날의 한때를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이곳. 무더위를 떨치고 싶은 어느 날, 싱그러운 여름이 내려앉은 공원으로 사뿐히 떠나보기를.
송정 박상진호수공원은 울산 송정 출신의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를 기리고자 조성된 근린공원이다. 2010년에 문을 연 이후 도심 속 수변 산책로로 큰 사랑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산사태로 파손된 구간을 보수하며 약 5개월간의 재정비 기간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열었다.
박상진호수공원은 한 바퀴를 다 돌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3.6km의 산책로인데, 이번에 재단장하면서 표지판 등을 손봐 주민들이 산책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황토맨발길과 세족장, 잔디광장, 미로물정원 등 재미난 요소와 쉼터들도 새로이 만들어졌으니, 걸으면서 틈틈이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공원 입구서부터 형형색색으로 인사를 건네는 꽃들도 여름 호반길을 빛내는 인물들이다. 금계국, 샤스타데이지, 수레국화 등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6월인 만큼 알록달록한 풍경은 덤으로 누려보자.
박상진 의사를 기억하고자 만든 공원인 만큼 곳곳에서 그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박상진 의사의 동상과 그의 생애 업적이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잠시 머무르며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산책로 벽면에는 박상진 의사가 총사령관을 지낸 대한광복회의 활동들이 글과 그림으로도 새겨져 있다.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습니다’라 적힌 글귀 한 줄.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의 희생과 열정이 와닿아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걷고 머무르기를 반복하다 보면 산책 시간이 한정 없이 길어지곤 한다. 그럴 땐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로 배를 채우며 에너지를 충전해보자. 특히 나라꽃 무궁화동산의 정자에 올라앉으면 이것이야말로 신선놀음이다. 다만 정자 이용 시에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점 기억해두자.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시간을 여행하는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빨간 우체통이 있다. 서랍에서 엽서를 꺼내 편지를 작성한 후, 주소와 우편번호, 도착 희망 날짜(6개월 또는 1년)를 선택하면 준비 끝. 사랑하는 사람도 좋고,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도 좋다. 꾹꾹 눌러 담은 편지 한 통으로, 길게는 1년 동안 설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공원 한 바퀴를 다 돌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멈추고 바라본다’는 뜻을 지닌 ‘지관서가’에 들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곳은 산책로 시작점에 자리한 북 카페인데, 공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맛집이다. 호수를 바라보며 물멍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해가 세지 않은 날이나 늦은 오후에는 3층 루프탑에 앉아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풍경이고,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풍경일 이곳. 하지만 공원에 들어오는 순간, 자연이 주는 안온함을 누릴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같다. 그러니 이번 여름, 잠깐의 틈을 내어 호반길에 머물러보자. 한 템포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이 무더위를 충분히 견딜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