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무예로 심신을 단련할 때 활을 쏘아 올렸다. 가까이는 고구려의 무용총(舞踊塚) 벽화에 등장하는 활과 화살, 더 멀리는 반구천 암각화에 새겨진 활 쏘는 문양이 그 반증이다. 순간의 집중력으로 과녁을 맞히는 짜릿한 스포츠! 울산에선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 전통 국궁을 체험하는 울산시립문수궁도장에서! 그럼 지금 바로 가볼까.
울산시립문수궁도장은 울산대공원 남문으로 가는 길에 자리하고 있다. 넓은 주차 공간은 물론 입구부터 잘 정비된 산책로가 있어 잠깐 거닐기에도 안성맞춤. 기와지붕을 따라 궁도장으로 들어서면 티켓 자동발권기가 보이는데, 여기서 일일 이용료를 결제해야 본격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개인 활과 화살이 없는 사람은 활 대여료도 함께 결제해야 하니 참고하자.
발권 후 내부로 들어서면 담당 선생님께서 이용법을 알려주신다. 동시 42명까지 이용 가능하며, 체험 인원이 많아도 돌아가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조율을 해주시기 때문에 언제 방문해도 좋다. 자기 차례가 되면 숫자가 적힌 자리 위에 서서 활을 들고 화살을 쏘는 방법을 배운다. 이때 처음 체험하는 사람이라면 손이 아플 수도 있어 개인 장갑을 챙기면 좋다고 살짝 귀띔해 주신다.
활 쏘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화살 뒷부분을 활의 실이 두꺼운 부분에 끼우고 두 손가락으로 잡고 실을 당겨 쏜다. 체험용 활은 장력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과녁까지 닿을 수 없다. 그럼에도 활을 한 번에 당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힘을 주어 왼손은 밀고 오른손은 당기는 과정에서 몸의 균형을 생각하게 된다. 과녁이라는 목표에 오롯이 집중하며 다른 생각들은 지워진다. 화살이 과녁에 가까이 가거나 닿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살통에 있는 화살을 다 쏘고 나면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알람이 울리면 다 같이 나가서 떨어진 화살을 주워오는데, 이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쏠 때는 혼자만의 공간에 있는 듯하고 잔디 위 화살을 주울 때는 서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마음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도 챙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어 함께하기 더욱 좋은 체험이다.
옛 선조들은 활쏘기를 정신 수양의 도구로 활용했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고 집중하지 않으면 과녁에 닿을 수 없기 때문. 잡다한 마음을 비워내고 화살을 쏘다 보면 그 끝에 마음이 담긴다. 각자의 염원을 담아 더 높이, 더 멀리 쏘아보는 것도 좋겠다. 체험은 3시간 동안 진행되며 화살을 닦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까지 국궁의 예(禮)를 배우니, 찰나임에도 호연지기에 한 걸음 다가섰음을 느낀다.
*호연지기(浩然之氣): 넓고 큰 기운. 우리 조상들은 활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길렀다.
오직 과녁에만 집중해 당기는 활시위.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이 국궁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음이 소란스러운 날이 있다면, 활의 후예답게, 활을 통해 호연지기를 연마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