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태화강 삼호대숲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파란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며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이들. 겨울 진객이라 불리는 수만 마리의 까마귀다. 겨울로 접어드는 11월부터, 길게는 3월 초까지 볼 수 있는 풍경. 겨울의 시작, 떼까마귀 군무로 철새의 계절을 맞아보면 어떨까.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지내는 까마귀들은, 날이 추워지는 10월 중순부터 한반도로 모여들어 이듬해 3월까지 삼호대숲에서 겨울을 보낸다. 빽빽한 대숲은 먹이가 풍부할뿐더러 까마귀가 천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에 최적의 장소. 삼호대숲은 겨우내 까마귀들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다.
해마다 울산으로 모여드는 까마귀는 약 10만 마리. 해 질 무렵 군무를 펼치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를 비롯해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까치, 어치, 물까치 등 7종의 까마귀를 확인할 수 있다.
까마귀 군무를 보고 싶다면 오후 5시 전후를 공략하는 게 좋다. 까마귀는 해 뜨기 전 흩어져 먹이를 찾다가, 해 질 무렵 삼호대숲 인근으로 돌아와 전신주 전깃줄에 줄지어 앉아 쉰다. 그러다 순간순간 다 같이 날아올라 하늘을 까맣게 물들인다. 울산의 명물이라 불리는 환상적인 군무. 삼호대숲은 물론 십리대숲 근처라면 어디서든 직관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여름엔 백로, 겨울엔 까마귀. 철새들이 머무는 도시답게 울산에선 언제든지 탐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동하며 철새를 관찰하는 ‘철새여행버스’와, 철새도래지인 삼호대숲에 자리한 ‘철새홍보관’, 그리고 태화강의 생태까지 공부할 수 있는 ‘태화강생태관’까지. 올겨울 까마귀 군무를 보기에 앞서 탐조 여행으로 철새와 친해져 보는 건 어떨까.
까마귀는 흉조라는 잘못된 속설이 있다. 하지만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는 낙곡, 풀씨, 해충 등을 주식으로 해 농사에 이로움을 주는 길조다. 그러니 올겨울, 울산을 찾는 까마귀를 반갑게 맞이해보면 어떨까.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울산에서,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