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술을 논하자면 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의 막걸리는, 쌀과 누룩을 빚은 후 숙성시켜 만드는 발효주다. 고된 농사일을 잊게 하는 노동주였던 막걸리. 이제는 누구나 향유하는 멋스러운 술로, 전통을 넘어 현대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울산의 양조장. 일명 샴페인 막걸리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복순도가’다. 365일 발효 중인 곳, 김민규 대표를 만나 복순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상북면. 이곳에 복순도가 양조장이 있다. 박복순 장인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막걸리를 만들고자 하였고, 집안 전통 가양주를 재현해 지금의 손막걸리를 탄생시켰다. 복순도가 막걸리가 특별한 건 누룩을 직접 만든다는 것. 오로지 옛 방식으로만 빚은 막걸리에는 전통의 참맛이 여실히 담겨있다.
복순도가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이후 복순도가의 손막걸리는 일명 샴페인 막걸리로 입소문 나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전통주가 되었다. 현재는 상북면 양조장과 해운대점 매장, 주요 기차역과 마트에도 입점해 전국 어디서든 복순도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하얗고 뽀얀 자태. 막걸리를 논하자면 ‘발효’를 빼놓을 수 없다. 복순도가 막걸리의 천연 탄산도 첨가물이 아닌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 어릴 적부터 발효와 친밀했던 박복순 장인의 장남 김민규 대표는, 흙, 논, 볏짚, 누룩 등 발효를 소재로 지금의 양조장 건물을 건축하였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만 사용하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누룩을 빚는 이곳. 이름에 그릇 도(陶)자가 아닌 ‘도시 도’(都)자를 썼다는 점도 복순도가답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공간. 전통을 살리겠다는 올곧은 신념이 있기에 하루하루 더 맛깔스러워지는 게 아닐까. 더욱 기대되는 복순도가의 내일, 김민규 대표와 대화를 이어나가 본다.
“한국의 전통주는 세계로 나갈 힘이 있어요”
복순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어린 시절 울산 울주군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지낸 적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손으로 직접 막걸리를 빚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빚은 막걸리를 마을 분들에게 대접하면, 마을 분들이 과일이나 수확한 쌀을 보내 주셨던 따뜻한 추억이 있어요.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술 빚는 일이 얼마나 정성이 필요한지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사람 간 소통의 즐거움도 익힐 수 있었어요.
이후 뉴욕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군 복무로 잠시 돌아온 집에서 막걸리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빚어주신 가양주를 선물하면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어디서 구했냐고 묻는 분이 많았어요. 이때 처음으로 우리 집 가양주를 더 많이 알려야겠다고 다짐했고, 제품화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에 담긴 뜻도 궁금합니다.
복순도가의 ‘복순’은 저희 어머니 성함에서 따온 것입니다. 예부터 술 빚는 집안을 도가(陶家)라고 불렀는데, 저희는 그릇 도(陶)자 대신 ‘도읍 도(都)’자를 써 도시와 농촌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복순도가는 양조장도 특별한데요. 건축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며 양조장의 중요성을 느꼈고, ‘발효건축’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준비했습니다. 복순도가 이름의 의미처럼 도시와 지역을 잇는 양조장을 짓고 싶었어요. 지역에서만 나는 자재, 지역 주민들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고향인 울주 향산마을에서 생활하며 마을 주민분들을 관찰했고, 이를 건축에 접목했습니다. 볏짚을 태우고 남은 재를 발라 양조장 외벽의 색을 냈고, 막걸리를 걸러 나온 누룩 찌개미를 발라 숙성실을 완성하였습니다.
복순도가 막걸리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기존 전통주 제품과의 차이는 막걸리병과 천연 탄산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 막걸리는 천연 탄산을 풍부하게 넣은 것이 특징인데요. 샴페인 병의 길고 잘록한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천연 탄산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숨구멍이 없는 병으로 제작했어요. 손막걸리의 색은 잘 보이면서 기념일에 즐기는 샴페인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복순도가를 방문하는 분들이 어떤 것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을까요.
저희 복순도가에서는 날이 좋으면 주민분들이 직접 플리마켓을 열기도 하고,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하여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양조장 옆에 있는 오두막에서 복순도가의 술을 시음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현재는 막걸리 빚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으니 이 또한 체험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기분 좋게도 저희 복순도가 양조장이 찾아가는 양조장에도 선정되었고, 양조인은 물론 많은 분이 울산에 오시면 찾아주시는 장소가 되어 매우 기쁩니다.
복순도가 막걸리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있나요.
현재 복순도가는 탄산막걸리 외에 찹쌀로 만든 3가지 도수의 찹쌀탁주, 단맛이 빠진 드라이, 맑은 술만 따로 모아놓은 약주 등 10개 이상의 다양한 주류군을 판매 중입니다. 복순도가 주류를 도수가 높은 탁주와 일대일 비율로 섞어 온더락 형태로 마시는 것도 맛있게 즐기는 방법인데요. 최근엔 막걸리에 커피와 바나나우유를 섞어 마시는 것도 해외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복순도가를 통해 전통주의 재해석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꿈 등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존의 막걸리 회사가 하지 않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전통주의 길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한율과 함께한 ‘빨간쌀막걸리’는 지금도 판매 중인 인기 제품인데요. 발효라는 공통적인 키워드에서 화장품의 원료와 막걸리의 원재료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더 재밌는 조화를 찾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 합니다.
현재 복순도가는 부산역, 서울역, 대전역 등 주요 기차역에 입점하여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저는 분명 한국의 전통주가 세계로 나갈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로 수출되고 있는 복순도가 막걸리를 미주, 유럽까지 알려 나가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민족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막걸리는 이제 K-전통주로 불리며 와인, 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리 것을 지키려는 노력. 복순도가와 같은 지역 양조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전통을 잇는 분들께 존경을 표하며, 보다 힙(Hip)해질 막걸리의 변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