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청명한 하늘 아래 온 도시가 색동옷을 차려입었다. 뜨거운 가을볕 아래 더욱 진해질 빛깔. 잠깐 발걸음을 멈추면 어디서든 색색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계절이 그린 오색찬란 수채화를 찾아서, 함께 걸어보자.
울산 단풍 명소 하면 울산체육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문수축구경기장 바로 앞에 있는 마로니에 가로수길이 유명한데, 가을이면 산책길 전 구간이 색색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올해 울산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그때 방문하면 더욱 진한 단풍을 만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울주군 구량리에는 천연기념물 제64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600년간 마을을 지킨 수호신. 그 늠름함은 마치 거대한 산처럼 느껴질 정도다. 논밭 사이에 우뚝 선 은행나무. 가을볕이 샛노랗게 잎을 태우기 시작하면 그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1월 중순부터 황금빛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으니, 노거수의 멋스러운 자태를 꼭 직관해보자.
올해 슬도는 여느 때보다 화려한 가을을 열었다. 슬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댑싸리 정원이 조성되었기 때문. 솜사탕을 닮은 둥근 댑싸리. 슬도에 심은 댑싸리는 무려 4,000그루로, 9월 말부터 색이 변하기 시작해 일찌감치 무지개 옷을 갈아입었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어 더욱 멋스러운 풍경. 팜파스 그라스까지 만날 수 있으니, 10월이 가기 전에 들러보자.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간월재와 더불어 울산의 대표적인 억새 명소라 이름난 곳이다. 도심 가장 가까이서 은빛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 가을에는 억새 길을 산책하는 이들로 밤낮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은백색 억새의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11월 초순까지는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두말하면 입 아픈 가을꽃 명소다. 가을 나들이 끝판왕인 이곳. 국화, 코스모스, 팜파스 그라스, 억새 등 가을을 대표하는 꽃과 식물은 물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오는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는 ‘태화강국가정원 가을축제’가 열리니, 가을의 정원에서 다채로운 공연, 체험, 전시까지 한꺼번에 누려보면 좋겠다.
유난히 늦게 찾아온 계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빛나는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나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풍경. 성격 급한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서둘러 상추객 대열에 합류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