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반구천에는 선사인의 삶이 새겨진 바위 그림이 있다.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그것. 두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유산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 유산 등재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내년 7월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유네스코 등재까지 남은 1년, 세계 유산으로 거듭날 우리 유산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
1970년,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되기 1년 앞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가 발견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암각화 유적으로, 반구대 암각화와는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암각화에는 조각, 그림, 명문 등이 다양하게 새겨져 있고, 암벽 맞은편 반석에는 200여 개의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이 흩어져 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새겨진 그림에 따라 상부와 하부로 구분된다. 상부에는 신석기~청동기시대에 걸친 기하학 문양과 동물상 및 인물상이 선명하게 조각되어 있다. 하부는 선각화와 명문이 뒤섞여 있는데, 명문에는 신라 왕족이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글자, 신라 관직명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 신라사 연구에 있어 큰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 그림이 새겨진 바위벽은 너비 약 8m, 높이 약 5m에 이르며, 주변 바위 10곳에도 그림을 볼 수 있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300여 점. 고래를 비롯해 호랑이와 사슴 등 육지 동물, 고래잡이와 어로행위를 하는 사람의 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은 약 7천 년 전 신석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 무엇보다 배와 작살, 그물을 이용해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선사시대 해양어로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큰 가치가 있다.
현재 울산시립미술관에서 「반구천에서 어반아트(Urban Art)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를 기원하며 기획한 것으로, 고대 암각화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20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암각화가 현대 예술 장르인 어반 아트의 시원으로 간주되는 만큼 이번 전시에는 8명의 세계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150여 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니, 오는 10월 27일 폐막 전까지 꼭 관람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밖에도 울산박물관에서는 「온몸으로 느끼는 반구천의 암각화」를 주제로 한 실감 영상을,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는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등재로 나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고래의 꿈: 반구천 암각화 이야기」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 또한 함께 즐겨보기를.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할 우리의 위대한 유산.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 두 암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 그 속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들여다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