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도예가가 있다. 중구의 도예 공방 ‘프롬 더 소일’을 운영하는 이예나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 도자기는 흙으로 빚어지지만, 쓰임이 끝나면 산업 폐기물로 취급된다. “마지막까지 환경에 이로운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라는 바람. 이예나 작가의 건강한 고민은 이내 폐기물로 도자기를 만드는데 이른다. 착한 화분의 탄생, 프롬 더 소일을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구 복산동의 한 골목.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이예나 작가의 ‘프롬 더 소일’이 자리하고 있다. 프롬 더 소일이라는 공방 이름은 친환경 작업과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뜻. 본래 성남동에 있었던 프롬 더 소일은, 시민과 예술을 잇는 공간이 되고자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예나 작가는 대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도자기를 접했고, 이에 흥미를 느껴 전공과는 전혀 다른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손으로 빚는 핸드빌딩(handbuilding) 작업을 좋아한다는 그녀. 자연의 산물로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제작과 전시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걱정되기도 했다고.
이에 이예나 작가는 버려지는 해조류와 가축분뇨, 커피 찌꺼기를 흙과 혼합해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게 된다. 이 특별한 소재는 환경에 무해할 뿐 아니라 작물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착한 도자기다. 도예가에서 환경예술가가 되기까지의 여정, 이예나 작가를 만나 이어나가 본다.
“친환경 도예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물론
울산 지역 공예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Q(질문)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답변)안녕하세요, 이예나 작가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조형 작업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예를 업으로 삼게 되었는데요. 현재는 ‘프롬 더 소일’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친환경 소재로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실 겸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질문)친환경 소재라는 말이 인상 깊은데요. 도자기 하면 흙을 떠올리는데, 친환경 소재는 흙과는 다른 재료인가요.
A(답변)네. 맞습니다. 제가 작업 때 사용하는 친환경 소재는 제가 직접 개발한 ‘바이오차(Bio-char)’인데요. 탄소감옥이라 불리는 ‘바이오차’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흡착할 뿐만 아니라 토양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저는 울산에서 버려지는 해조류와 커피 찌꺼기, 가축분뇨 등을 건조, 분쇄하고 활성탄 해 만든 바이오차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Q(질문)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A(답변)자연에서 온 흙으로 빚는 도자기이지만, 굽는 과정에서 고온의 가마를 견뎌낸 도자기는 생활쓰레기 소각로에서 태울 수 없는 불연성 폐기물이 됩니다. 도예 생활을 이어오면서, 폐도자기를 비롯해 제작과 전시 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의 환경 문제를 거듭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친환경일 순 없을까를 꾸준히 고민하다가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Q(질문)환경에 이로운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이 너무 특별한데요. 프롬 더 소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도 소개 부탁드려요.
A(답변)현재 프롬 더 소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은 원데이클래스와 취미반입니다. 원데이클래스에서는 작은 접시나 머그컵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데요. 흙을 쌓아 만드는 ‘핸드빌딩’ 방식 혹은 ‘물레’ 방식을 선택하여 작업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물레의 경우 기계를 작동해야 하므로 7살 이상부터 참여 가능합니다. 취미반은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꾸준히 도자기를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한 수업인데요. 기초를 쌓아나가며 낮은 접시에서 식기류, 항아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Q(질문)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A(답변)작년에는 스타트업 해외 수출 박람회에서 홈가드닝용 펠렛을 판매하기도 했고, 올해 초에는 소량이지만 화분을 수출할 정도로 국내외로 열심히 활동해왔습니다. 최근 공방을 이전하면서 소비자와 가까운 자리에서 제 활동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저희 공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친근한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울산에서 로컬 상점으로, 지역 예술가들의 소통 창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지금도 저희 공방에서 지역 공예가분의 멋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도자기를 경험하러 오셨다가 전시도 관람할 수 있고, 또 전시만을 관람하러 들러보실 수도 있는, 시민과 예술을 잇는 매개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의 프롬 더 소일이 있기까지 수없이 많은 물음표를 던졌을 이예나 작가. 그 모든 물음표의 시작은 버려지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구를 위하고 우리를 위하는 도자기. 건강한 내일을 꿈꾸는 프롬 더 소일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