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구석구석을 다녀보면 물길을 옆에 둔 산책로가 참 많다.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선암호수공원, 울산체육공원, 그밖에도 크고 작은 수변 산책로가 온 도시를 채우고 있다. 푸른 숲이 함께한 물길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이번에는 여름에 들르기 좋은 시원한 숲 호반길, 태화저수지를 소개해본다.
1945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태화저수지는,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수변공원으로 꾸며져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산림청의 ‘생활밀착형 숲 조성 사업’에 선정되어 지역민과 지역정원사들이 함께 서로 다른 주제의 정원 3곳을 조성, 3,189㎡ 규모의 태화연 정원이 완성되었다.
태화저수지의 최대 장점은 도심에서 가깝다는 것. 중구 혁신도시에서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다. 남구에서도 15~20분이면 도착하니 마음의 준비 없이 훌쩍 떠날 수 있어 좋다. 태화저수지 바로 앞에는 태화연오토캠핑장이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가족 혹은 친구와 캠핑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태화저수지만 이용한다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버스를 타고 온다면 테크노파크에서 내려 태화연오토캠핑장 팻말을 따라 들어오면 된다. 주차장과 맞닿은 산책로 입구. 태화저수지를 만나기에 앞서 초록 나무로 덮인 여름의 정원에 먼저 들어서게 된다.
태화연화(花)를 주제로 꾸며진 꽃의 정원. 태화저수지의 연꽃잎을 닮은 맞이마당, 색색의 꽃이 피어나는 꽃담원, 키 작은 꽃과 눈 맞추며 걷는 소요원, 우리 꽃으로만 꾸민 자생초화원 등 발길을 떼기 어려운 아름다운 정원들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전통담장과 같은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그 매력이 끝이 없다.
정원에서 태화저수지 데크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드리운 시원한 그늘 쉼터가 있고, 그 옆으로는 저수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자도 있다. 산책의 시작과 끝, 정원 곳곳의 푸른 휴게소에서 여름의 열기를 식혀보는 것도 좋겠다.
온통 연잎으로 덮인 데크길의 시작점. 태화저수지는 여름이면 백련으로 뒤덮이는 연꽃 명소다. 연꽃 개화 시기는 한여름으로, 7월 초에서 8월 말까지 하얀 꽃망울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연꽃은 오전에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꽃봉오리를 오므리니 활짝 핀 연꽃을 보고 싶다면 오전 산책을 기억해두자.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녹음 드리운 저수지의 풍경이 멋스럽기 그지없다. 데크 아래로는 첨벙대는 물고기 소리. 태화저수지에는 떡붕어를 비롯해 가물치, 장어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물고기 구경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해가 뜨겁다면 데크길 중앙의 육각 정자에서 쉬어보자. 이곳은 태화저수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 맛집. 너무 더운 날에는 걷는 대신 정자에 앉아 한적하게 여유를 만끽해봐도 좋겠다. 데크길 끝에 있는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둘레길로 이어지고, 둘레길과 연결된 보도교를 건너면 입화산 숲길 등산로와 이어진다. 여름 산까지 정복하고 싶다면, 길 따라 짧은 등산도 계획해보기를.
아름다운 풍경에는 항상 물이 함께다. 그러니 멀리 떠날 것 없이 울산 곳곳의 아름다운 수변 산책로를 찾아보면 어떨까. 물소리가 있는 청량한 호반 나들이. 이른 피서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 첫 목적지로 도심 속 푸른 호반길 ‘태화저수지’에 들러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