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반, 고기 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업 자원이 풍부한 방어진은 1900년대 동해안 최대의 어항으로 번성했던 교역의 장이다. 지금도 줄지어 정박한 고기잡이 어선들로 북적이는 이곳. 과거의 시간을 머금은 바닷가 마을은 이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새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방어진의 반가운 변신. ‘슬도아트’와 ‘문화공장 방어진’에서 바닷가 1열 전시를 감상해보자.
방어진 옛거리와 맞닿은 건물, 방어진 활어센터의 한 공간에 ‘문화공장 방어진’이 들어섰다. 문밖으로 방어진항이 펼쳐지는 이곳. 문화공장 방어진에는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스페이스 중진2.5’ 공간과 지역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작업실 겸 창작실인 ‘꼼지락’ 공간이 있다. 꼼지락에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예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 거리도 마련된다.
문화공장 방어진이 좋은 건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는 것. 오는 6월 19일까지는 서승연 작가의 ‘ISLAND FOR DOGS: 강아지섬’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유기견 ‘수키’를 입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아지를 위한 섬을 사겠다는 꿈과 이를 위한 과정이 담긴 10여 점의 작품을 그려냈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방어진항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로 눈을 두든 호강이 따로 없다. 바다를 향한 창문 앞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으니, 잠깐 앉아 평화로운 한때를 흘려보내는 건 어떨까.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슬도 쪽으로 걸어보자.
방어진의 또 다른 문화공간인 ‘슬도아트’는 옛 소리체험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곳이다. 문화공장 방어진에서 방어진항의 끝자락인 슬도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방어진에 들른다면 문화공장 방어진과 슬도아트를 함께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자리한 이곳. 3층 규모의 공간 어디서든 슬도 등대와 방파제를 눈에 담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풍경 맛집이다. 슬도아트는 어린이 체험관 및 카페(1F), 2곳의 전시관(2F), 야외공연장 및 옥상 버스킹 공간(3F)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 체험은 슬도아트 블로그를 통해 프로그램을 확인한 후 신청하면 된다.
현재 슬도아트에서는 왕현민 작가의 ‘Afterimage of the Line (선의 잔상)’ 전시가 한창이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선(Line)’으로, 다양한 크기의 나무를 엮은 선적인 요소의 작품들로 2곳 전시관을 채웠다. 작품 주변을 움직일 때마다 창을 통해 슬도 바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관전 포인트.
2층 전시관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3층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슬도아트의 대체 불가한 매력은 탁 트인 옥상에서 파노라마로 슬도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테트라포드에 철썩이는 파도를 감상하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도 바람에, 파도에 쓸려가 버린다. 전시 보고 힐링까지 하는 방어진 한 바퀴.
방어진박물관
거리마다 묻어있는 근대의 흔적들. 구석구석 돌아보면 방어진은 하나의 야외 박물관과 다름이 없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이곳. 이번 주말에는 방어진 옛거리에서 슬도까지 천천히 걸어보면 어떨까. 걷다 보면 자연스레 문화공장 방어진과 슬도아트에 닿게 될 테니. 무역의 중심지로 불렸던 방어진, 이제는 문화의 중심지로서 빛나는 2막을 써 내려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