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에는 울산의 근대역사를 품은 골목이 있다. 시간을 되감는 길이라 불리는 ‘똑딱길’이 바로 그곳. 지금은 인적 드문 좁은 골목이지만 낡은 골목에는 옛 추억이 알알이 배어 있다. 잊혀가는 듯했던 오랜 골목. 아기자기한 화분들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끄트머리에서 보석 같은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원도심의 골목에서 찾은 온실 카페, 바로 ‘소밀정원’이다. 초록 식물이 방긋대는 봄날의 온실. 하루가 다르게 싱그러워질 소밀정원의 봄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울산시립미술관 맞은편, 다닥다닥 붙은 상점가 사이로 똑딱길을 알리는 하얀 시계탑이 보인다. 큰애기상점가를 마주하고 있으니 ‘울산큰애기집’을 검색하면 조금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똑딱길.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3/4 승강장처럼 비밀스럽다.
성인 2명이 서면 꽉 차는 골목. 입구에서 스무 걸음만 들어가면 이내 알록달록한 타일벽화와 길가에 줄 선 화분들이 눈에 띈다. 골목의 시간을 더듬어 걷다 보면 하늘색 옥상에 작게 쓰인 소밀정원 간판이 보인다. 여기에서 골목의 끝으로 나가 우측으로 돌면, 통유리의 소밀정원을 만날 수 있다.
투명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쪽 화단을 채운 초록빛 풀내음이 시원하게 코끝을 적신다. 하늘이 비치는 유리 천장으로 따스한 봄빛이 한가득. 소곤소곤 말소리만 들려오니 평화롭기 그지없다. 2층에는 자동으로 온습도를 관리하는 스마트 가든도 설치돼 있어 사계절 푸른 정원을 연출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드는 이곳, 소밀정원은 똑딱길과 닮은 구석이 있다.
소밀정원에선 음료는 물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특히 토마토소스 미트볼이 인기라고 하니 식사시간에 맞춰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온실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좌석. 특히 2층 서가 메인테이블은 오픈과 동시에 만석이 될 정도로 인기 만점이니, 자리를 선점하고 싶다면 예약 후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서가 메인테이블 앞으로는 계절별 다른 주제의 책이 꽂히는 소밀서가가 있다. 주인의 마음을 담은 짧은 메시지도 함께 채워져 있어 더욱 풍성한 책장. 책을 읽고 메모를 할 수 있는 작은 노트도 준비돼 있는데, 이 또한 소밀서가에서만 누리는 세심함이다. 때로는 혼자 들러 마음에 드는 책 한 권과 함께 시간을 흘러 보내보는 것도 좋겠다.
울산시립미술관
울산동헌및내아
청춘 고복수길
이제 똑딱길은 다음 세대의 추억을 쌓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아가는 시간의 골목. 올봄에는 그 속에 피어난 비밀 정원에서, 2024년이라는 한 페이지를 새겨넣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