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서생에선 외계인은 만날 수 있다. ET와 공룡, 트랜스포머가 정착한 마을, FE01에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데 도대체 어떤 곳일까. ‘FE01’은 천여 점의 정크아트*가 전시된 재생복합 문화공간으로, 이곳의 모든 작품은 폐자동차와 폐오토바이 부품 등 산업폐기물로 만들어졌다. 철(Fe)과 예술의 만남. 그 거대한 우주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정크아트(Junk Art): 생활 속의 잡동사니나 망가진 기계 부품 등으로 만든 예술작품
서생면 위양마을에 떨어진 거대한 우주선.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우주선 ‘팔콘’을 본뜬 이곳이 바로 ‘FE01 재생복합문화공간’이다. FE01은 ‘김후철 작가’가 기획하고 구상한 곳으로, 모든 작품은 버려지는 고철로 만든 정크아트다. FE01이라는 이름도 철의 원소기호인 ‘Fe’에 첫 번째 장소라는 의미의 ‘01’을 붙인 것. 그리고 그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울산 최초 ‘2023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Korea Unique Venue): 한국관광공사는 마이스(기업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전시행사 등을 아우르는 말) 행사가 가능한 곳 가운데 한국의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할 수 있는 명소를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선정하고 있다.
입구서부터 눈길을 끄는 어마한 작품들. 3천 평 규모의 공간에는 26명의 작가가 만든 1,200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은 후, 파라오의 호위를 받으며 우주선으로 입장. 양쪽 벽면으로 이집트 잉카, 외계인 수호신 등 지구의 4대 문명과 외계 문명을 표현한 그림판이 펼쳐진다.
미로찾기 하듯 전시장 구석구석을 돌면 쥬라기 월드, 로봇 시리즈, 기원의 확장, 상상 동물원, 영화시리즈 등 5가지 테마의 전시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외계인, 킹콩, 공룡, 그리고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까지. 이 모든 것을 철로 만들었다니. 그 무한한 변신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상상 동물원을 끝으로 출구에 도착하면, 폐기물 업사이클*에 동참할 수 있는 ‘정크아트 체험장’이 있다. 이곳에서 FE01 굿즈도 판매하고 있으니 함께 구경해보면 좋겠다. 우주선 전시장을 빠져나오면 ‘티라노광장’이다. 실제 크기의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아기공룡과 외계인, 스파이더맨도 만날 수 있으니 광장에서의 한때도 잊지 말자.
*업사이클(upcycle):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소재로 만든 예술 작품
정크아트 구경도 식후경. FE01에는 전시만큼이나 든든한 먹거리도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싶다면, 전시장 중앙의 ‘Fe카페’를 이용해보자. 이곳은 수제 도넛 전문점인데, 도넛 하나하나가 행성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마음에 드는 우주 도넛을 골라 음료와 함께 맛보기를.
매표소 좌측의 별채 건물은 ‘Fe버거’를 맛볼 수 있는 햄버거집이다. 전시를 관람한 후 수제버거로 맛있는 한 끼를 채워보면 좋겠다. 2층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전시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층 루프탑도 들러보기를. 또 건물 1층에선 ‘아프리카 유물전’도 관람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놓치지 말자.
간절곶 상상공간에서도 김후철 작가의 정크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무려 18m에 이르는, 세계 최대 높이의 정크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아파트 7층 높이의 로봇 이름은 ‘솔라봇’으로, 이를 만드는 데만 폐자동차 90여 대가 쓰였다고 한다.
태양에너지를 충전하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을 방문했다는 솔라봇. 그 외에도 울주군을 주제로 한 5개 테마, 1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3월까지 Fe카페에 방문해 간절곶 솔라봇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증하면, 커피와 도넛을 선물로 받을 수 있으니 잊지 말고 참여해보자.
작품도 멋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더 멋진 정크아트. 쓰레기의 순환이 있어야만 지구의 내일을 지킬 수 있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예술이 궁금하다면, 울산 울주에서 일군 Fe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