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근현대사를 만날 수 있는 곳. 1900년대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중구 성남동이다.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원도심. 아직도 골목 구석구석에는 빛바랜 추억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골목을 걷다 만나는 오랜 삶의 이야기. 이번엔 7080세대의 기억을 따라 ‘맨발의 청춘길’로 들어서 본다.
중구 젊음의 1거리에 만들어진 ‘맨발의 청춘길’. 이곳은 1970~80년대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과 학생들이 분주히 오가던 뒷골목이다. 울산을 일군 맨발의 청춘들. 북적이던 발걸음은 사라졌지만, 7080세대의 희로애락은 여전히 골목 깊숙이 베여있다.
복고풍 차림의 ‘울산아지야*’ 캐릭터를 따라 골목으로 입장. 맨발의 청춘길은 음악존, 영화존, 패션존을 테마로 320m가량 이어진다. 길 따라 꾸며진 레트로(retro, 복고풍)한 그림과 조형물들. 테마별로 달라지는 울산아지야 캐릭터도 재미를 더한다.
*아지야: 아저씨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7080 통기타 음악이 흘러나오는 음악존, 이소룡 벽화와 추억의 영화 포스터가 전시된 영화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옛 추억이 하나둘 소환된다. 버스안내양과 빨간 공중전화기, 그리고 청춘문방구까지 감성을 더하니, 누구든 그때 그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맨발의 청춘길만 들러보기 아쉽다면 ‘청춘 고복수길’과 ‘똑딱길’도 함께 가보기를 추천한다. 청춘 고복수길은 ‘타향살이’를 부른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를 추억하는 길로, 골목 중앙에는 고복수 음악관도 있다.
고복수 음악관에선 고복수의 일대기는 물론 옛 축음기와 라디오 등의 골동품도 만날 수 있다. 고복수와 그의 아내 황금심, 그리고 당대 인기가수의 노래도 들어볼 수 있으니, 헤드셋을 끼고 의자에 앉아 그 시절의 선율과 가사를 음미해보기를.
청춘 고복수길을 지나면 똑딱길이 이어진다. 똑딱길은 울산 근대화의 흔적을 새긴 길로,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7080세대를 위로하고 추억하고자 만들어졌다. 시계 소리에서 따온 ‘똑딱’이라는 이름처럼, 그야말로 기억을 되감는 길이다. 좁은 골목에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며 역동의 산업화 시대와 마주해보기를.
세 골목을 모두 돌아보는 데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울산 경제 성장의 중심이었던 이곳.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또 많은 것이 그대로인 골목에서, 흘러가는 울산의 시간을 선명히 그려보는 건 어떨까.
맨발의 청춘길
청춘 고복수길
똑딱길
울산 근현대사의 산실. 원도심의 골목은 수십 년의 기억을 머금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길. 문득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이야기가 있는 성남동의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