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삼동면은 조선시대 중앙관청에 분청사기 등의 도자기를 납품하던 자기소(磁器所)가 있던 곳으로, 현재까지도 7명의 도예가가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지역이다. 그중 도예가 신용균 선생이 터를 잡은 왕방마을의 왕방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도자기를 굽던 작업장이었던 이곳. 이제는 누구나 들러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 전통 가마의 색다른 변신, 함께 만나보자.
삼동면 왕방마을의 왕방요. 왕방마을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다 하여 ‘왕방’에 ‘가마 요(窯)’를 붙여 ‘왕방요’라 이름 지은 이곳은, 도예가 신용균 선생의 전통 가마가 있는 작업장이다. 신용균 선생은 장작가마에 도자기를 굽는 전통 방식을 고수해온 장인. 1995년부터 왕방요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주된 작품은 전통 기법의 ‘덤벙분청*’이다.
*덤벙분청: 유약에 덤벙 빠뜨려 색을 입히는 전통 기법의 분청
그래서일까.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카페도 신용균 선생의 덤벙분청과 닮아있다. 유약을 입히듯 앞뒤의 산세와 연결된 8개의 벽. 도자기가 연상되는 흙빛의 콘크리트도 조화롭다. 특히 왕방요는 올해 울산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건축물이 지닌 아름다움을 인정받기도 했다. 전통과 현대를 이은 건축물,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양산 통도사로 가는 길목. 왕방마을이라 쓰인 팻말을 따라 작은 마을 길로 들어서면 머지않아 왕방요에 닿는다. 낮은 돌담 너머 회색빛 카페. 인사하듯 손을 뻗은 8개의 벽 사이로 들어가면 외부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양쪽으로 막힌 벽 때문일까. 어느 자리에서든 바깥 풍경이 네모난 액자에 담긴다. 현재는 물이 빠져있지만, 창밖의 자갈 테라스는 수(水)공간이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물이 채워져 계절의 운치를 더하니 날이 풀리면 다시 와보기를 추천!
왕방요를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차 한 상 메뉴를 선택해보자. 전통도자기를 사용하여 천천히 차를 우려먹을 수 있기 때문. 찻잎이 담긴 주전자에 물을 붓고, 진하게 우려낸 차를 숙우에 옮겨 작은 찻잔에 따라 마신다. 1분 남짓의 과정.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카페인이 없는 음료나 디저트도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다.
왕방요가 특별한 이유는 곳곳에서 도자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실내는 물론 창밖으로 전시된 도자기의 자태가 멋스럽다. 전통도자기를 직관하는 흔치 않은 기회. 도자기에 대해 한층 깊게 알고 싶다면 카페 우측의 전시장에 들르는 것도 잊지 말기를.
흙과 물, 불과 바람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도자기는 그야말로 자연을 담은 그릇이다. 대자연 속의 왕방요. 어쩌면 도자기에 꼭 맞는 전시장인지도 모른다. 전통 찻잔에 피어오른 향긋한 차향. 왕방요에서 쓰일 전통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