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골목, 젊음의 열기가 물신 피어나는 이곳에 울산 한옥 민박 1호점인 ‘수연이네’가 있다. 울산은 일찍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심 곳곳에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불어 넣어왔다. 수연이네는 2019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재탄생한 공간으로, 울산 1호의 한옥 민박집이다. 한 해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곳, 수연이네 한옥에서 계묘년의 기운을 물씬 받아본다.
기왓장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 솜씨에 감탄하며 다가간 도심 속 전통 한옥. 다가갈수록 어딘지 모를 머나먼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꽃비 내리는 날 차 한잔 데워놓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입구에 쓰인 문구를 따라 홀리듯 들어간 기와집 처마 아래서 수연이네 민박의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수연이네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장의 얼굴에 인자함이 가득하다. 온기가 그윽한 툇마루에 앉으니 겨울날 햇살이 따사롭다. 오랜 기간 다도를 배워왔다는 강수연 대표. 그녀의 얼굴에 그윽한 인자함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녀가 따라준 연잎차 한 잔에 추위가 녹아내린다. 다향이 머무르는 한옥 민박. 강수연 대표에게서 그 탄생 비화를 들어본다.
“머무르는 이들 덕분에 한옥의 깊이가 깊어져만 갑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과 여러 겹의 추억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Q(질문)수연이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답변)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수연이네 민박을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민박을 하게 될 줄 몰랐지요. 저는 원래 차 선생님으로 차와 예절을 가르치는 사람이었고,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다도 예절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집에 왔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막연하게 느껴지던 찰나에 중구청에서 집을 활용해 숙박시설을 해볼 마음이 있느냐 제안이 왔어요. 주변에 숙박시설을 하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배워보고 싶은 생각에 2017년도부터 도시재생대학을 다녔어요. 2018년 12월에 졸업하여 다음 해 3월쯤 되어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뉴딜사업에 지원해보게 되었습니다.
전국의 155개의 팀이 지원하였고 통과한 22개 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지요. 국토부 교수님을 통해 도시재생을 배웠고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도시지원이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옥에 손댈 곳이 너무도 많아 수리하는 데 100일이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주민들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수연이네가 있게 되었습니다.
Q(질문)도시재생사업은 무엇인가요.
A(답변)도시재생사업은 도시 내 쇠퇴지역을 활성화하고자 국토부가 주도하여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탄생시키기보다는 기존 지역사회의 특징을 변화시키고 주민들 스스로 지역을 바꾸어 나가는 리뉴얼의 의미를 담고 있지요. 저 또한 중앙동을 알리고 싶어서 한옥을 쓸고 닦아 새롭게 쓰고 있습니다. 많은 재생사업이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Q(질문)수연이네 이름이 참 친근하게 다가와요. 대표님의 성함으로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다면요.
A(답변)저희 수연이네 민박에 묵으시는 분들이 친근하고 포근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제 이름을 걸게 되었습니다. 제 고향은 경남 합천인데요. 어린 시절의 고향을 떠올리면 언제나 정겹고 따뜻합니다. 손님들이 ‘수연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제 추억 속의 고향처럼 정답게 느끼면 좋겠어요.
Q(질문)수연이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답변)수연이네의 매력은 ‘만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께 방 열쇠만 드리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연을 만들어 갑니다. 여기 들어오시는 순간 가족이라 느낄 수 있게 말이지요. 툇마루에 앉아 머루 나무에 새들이 날아오는 풍경도 구경하고, 포도를 따서 먹기도 하고, 수업도 듣고 밥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수연이네의 식구가 되어 있지요. 지역의 예술가분들께서 찾아오셔서 공연을 열기도 하는데요. 손님분들께서 함께 즐기며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저도 기쁨을 느낀답니다.
Q(질문)수연이네에서 운영하는 수업도 있다고 들었어요.
A(답변)네. 제 경력을 발휘해서 다도수업, 천년 아로마 오일 수업, 연잎밥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도수업은 예절을 배우며 차를 접해보는 시간으로 다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년 아로마 오일 수업은 아로마를 만져보고 향기도 느껴보며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도와줍니다. 연잎밥 체험은 함께 연잎밥을 만들고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한옥 근처에 작업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질문)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A(답변)어느덧 제 나이가 인생의 중후반부에 들어섰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수연이네를 운영해보는 게 제 나름의 소박한 꿈이지요. 특히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 우리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렇게 작업 공간도 마련하게 되었네요. 우리나라의 멋진 문화가 참 많은데 많은 분이 모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초등학생들을 모집해서 함께 색동옷을 입고 동헌에서 강강술래나 숨바꼭질과 같은 놀이를 진행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여러 가지 시도들을 통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머루 나무를 찾아 날아든 새들이 지저귀는 마당에 시선이 닿는다. 담장 아래 옹기종기 모인 옹기들과 주변 곳곳에 놓인 정겨운 장식품. 한옥 아래 더욱 멋을 발하는 풍경들이다.
수연이네 민박에는 저마다의 매력이 다른 세 개의 방이 있다. 세월의 깊이가 짐작 가는 문살을 열고 들어가면 한옥만큼 나이 먹은 고가구들이 인사를 건넨다.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다양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분명 있을 것이다.
수연이네의 겨울은 화목난로 옆 테이블에 앉아 불을 쬐며 군고구마를 함께 나누어 먹는 추억도 깃들어 있다. 툇마루 한 곳에 놓인 방명록을 읽으며 수연이네에 머물렀던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염구작신(染舊作新), 옛것을 물들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전통 한옥은 그야말로 염구작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모여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저 민박집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수연이네. 앞으로도 이곳을 찾는 이들과 함께 수없이 깊은 나이테를 새겨나가기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