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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4

    한국인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생활필수품 옹기. ‘독 안에 든 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 등 다양한 속담의 소재로 쓰일 만큼 우리의 생활은 옹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흙냄새와 삶의 궤적. 한 나라의 역사를 품은 옹기는, 세월이 갈수록 그 가치가 깊어진다. 옹기를 논하자면 울산을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옹기 역사의 산실, 외고산 옹기 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옹기 생산량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이곳. 그리고 그 배경에는 흙과 불의 인생을 살아온 장인들의 이야기가 있다. 전통을 계승하는 삶. 울산 무형문화재 제4호 신일성 옹기장을 만나 그 뜨거운 세월을 잠시 엿본다.   ∥ 장인들이 만든 옹기촌 국내 최대규모의 집단 옹기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골목마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이곳. 외고산 옹기마을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말, 영덕 출신의 장인들이 언덕 밭에서 옹기작업을 시작하며 형성됐다. 60년대 이후로는 천혜의 옹기장소로 알려지며 전국각지에서 350명의 옹기 장인과 도공들이 마을을 찾아왔다. 장인들의 굵고 갈라진 손마디에서 탄생한 옹기들은 대한민국을 넘어 미국, 일본 등 외국에까지 생산 수출되었고, 80년대에는 책자로 소개되며 외국 도예가들이 찾아오는 등 울산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번성하였다. 옹기와 가마를 만들 흙이 좋고, 기후 등의 주변 환경이 적합한 이유도 있었지만, 기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한 장인들의 노고가 컸다. 마을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아기자기 꾸며놓은 조형물들과 체험학습용 장소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업화 이후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전체적으로 낮아진 것이 현재의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옹기 마을의 가마는 꺼지지 않았다.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전통기술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7명의 장인이 있다.   ∥ 흙에 숨을 불어넣는 옹기장 울산 무형문화재 4호 신일성 옹기장은 외고산옹기협회 회장으로서, 울산옹기축제를 이끌어 간 주역이다. 울산 옹기축제는 국내 유일의 ‘옹기' 축제로, 옹기 마을을 주민참여형 마을로 활성화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꽃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 제23회 울산옹기축제 준비에 한창일 때, 신일성 옹기장을 만나 대화를 이어나갔다. “ 옹기는 아름다운 문화이자 소외계층을 살리는 문화입니다. 옹기의 정신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Q(질문)옹기제작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답변)집안 대대로 경북 영덕에서 옹기업에 종사하였습니다. 저희 친할아버지가 옹기장이셨고 집안 가족들이 옹기장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옹기를 배울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옹기를 팔아서 물물 교환할 정도로 옹기를 귀하게 여기던 시절이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웠고 다행히 손재주가 있어 20대에는 손에 작업이 익었습니다. 옹기를 만드는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끈기와 손재주가 있어야 합니다. 10명 정도 도전하면 2~3명만이 옹기장이 될 수 있을 정도지요. 가업을 이어간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Q(질문)외고산 옹기마을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A(답변)당시에 경북 영덕은 숨 쉬는 옹기그릇을 제작하는 장인들이 있기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교통이 좋지 않아 타지에 옹기를 팔기에는 운송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비포장길이라 부산에 다녀와도 이틀 넘게 걸려 도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부산의 역할이 커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산 인근 지역에 옹기장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상수도가 없고 도랑 가에서 기름 냄새가 올라오던 시절이기에 옹기는 식품저장을 위해 꼭 필요한 물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리하여 1963년도에 외고산 옹기 마을을 찾아와 정착하게 되었지요. Q(질문)옹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A(답변)배고픔을 면하려던 이들이 옹기촌을 찾아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옹기촌에 들어오면 옹기굴이 있어 따뜻했고 배고플 일이 없었으니까요. 박해를 당하던 천주교 신도들도 옹기촌에 찾아와 정착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아호(雅號)가 ‘옹기’이고 옹기장학회를 만들어 지원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소외된 계층을 살린 문화가 옹기 문화입니다. 마당에 놓인 장독대가 그 집의 얼굴이자 상징이었고 옹기그릇을 들고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하던 시절이지요. 옹기 산업이 저물면서 옹기를 그만두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만, 그 시절을 지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사명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Q(질문)외고산 옹기마을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나요. A(답변)할아버지 때부터 배워온 숨 쉬는 그릇을 고수하여 브랜드로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도예촌에서 옹기제작 시범 및 옹기작품 제작 전시도 했고, 일본 도예인들을 만나 우리의 토기를 보여주며 문화교류를 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인을 만나며 느낀 점은 우리의 옹기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대단한 문화라는 점입니다. 원심력을 가장 일찍 사용한 제작문화이며 다른 그릇에 넣으면 썩는 음식도 우리 옹기에 넣으면 숨이 살아 오래가지요.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도 인정하며 대우해주는 우리 문화의 가치와 정체성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마을을 안정화하기 위해 외고산 옹기회관을 건립했고, 우리 옹기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옹기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축제를 위해 세계에서 제일 큰 독을 만들기도 했고, 정관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6회쯤 되어서야 지역 문화로 정착되는 걸 보고 한편으로 안심했습니다. 대한민국 옹기가 왜 위대한가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습니다. Q(질문)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A(답변)요즘은 여기 일성토기에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옹기 기술을 전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소원이 있다면 옹기에 대한 이론과 용어들이 하나로 정립되길 원합니다. 옹기 장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제대로 된 호칭이나 명사가 없어요. 일제시대에 정립된 일본 명사들이 그대로 표기되는 경우들도 있지요. 돈을 따지다 보면 잃는 가치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배워서 우리네 문화가 계속 유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신일성 옹기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한 분야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최선을 다해온 장인. 그가 심은 싹들이 자라 현재의 옹기마을이 있다. 사그라지지 않는 그의 열정처럼 부디 외고산 옹기마을의 정체성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일성토기 주소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2길 2-10 문의 052-238-3521   ▲외고산 옹기마을 주소 울산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3길 36 시간 매일 9:00 ~ 18:00(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무) 공간 옹기박물관, 옹기아카데미관, 옹기문화공원, 생태연못, 마을안내센터 등 요금 무료, 발효아카데미 및 옹기아카데미 체험 활동은 유료 체험 ·발효아카데미(쌀누룩&막걸리 체험, 장담그기, 효소체험) 10,000원 ·옹기아카데미(흙놀이 및 도예체험) 7,000원 문의 052-237-7894(옹기박물관), 052-237-7893(아카데미) 참고 홈페이지 바로가기(클릭)   ▲제23회 울산옹기축제 기간 2023. 5. 5(금) ~ 5. 7(일) 3일간 장소 오프라인(외고산 옹기마을) 및 온라인(옹기TV) 참고 옹기축제 홈페이지 바로가기(클릭)   최근 옹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숨을 살려 제작된 옹기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숨 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의미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부드러운 흙으로 빚어낸 외고산 옹기들. 꼭 한 번 옹기 마을을 찾아가 전통의 숨결을 들이마시며 일상 속 건강한 활력을 얻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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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4

    울산에는 무려 75년 동안 은장도 외길을 걸어온 장인이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잇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온 세월. 사라져가는 전통예술의 명맥을 이어가는 일은, 기계화된 현대의 생산방식보다 훨씬 수고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통의 가치를 지키고자 올곧이 한 길을 걸어온 장인. 그의 눈빛과 손길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함이 깃들어 있다. 울산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장추남 장인의 뜨거운 하루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장도장: 장도는 몸에 지니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로, 주로 호신용이나 장신구로 쓰였다. 장도를 만드는 공정은 수십 가지 과정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고 섬세한데, 이러한 장도를 만드는 기능과 만드는 사람을 ‘장도장’이라 한다. 특히 울산의 은장도는 전국적으로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 장추남 장인의 은빛 절개 성남동 젊음의 거리를 조금 벗어난 골목. 어딘가에서 망치질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온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니 이내 장추남 장인의 작업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3평 남짓의 비좁은 작업 공간. 1930년생, 올해 나이 만으로 93세인 장추남 장인은 오늘도 작업실에서 은장도 제작에 전념하고 있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겨울, 조그만 난로 하나에 의존하며 세밀한 세공 작업에 몰두하는 장인. 그간 수백만 번도 더 울렸을 망치질 아래로 은빛 절개가 피어난다. 그 옆에 아버지를 보조하고 있는 아들 장경천 전수자. 그들의 모습에서 전통예술을 향한 꺼지지 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장추남 장인은 75년의 인생을 장도를 위해 살아왔고 아흔을 목전에 두고 울산광역시 지방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으로지정되었다. 작업대 위에서 그의 손으로 피워낸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 병영 장도의 살아있는 명맥 장추남 장인 (사진제공: 울산박물관)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더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Q(질문)장추남 장인님의 은장도 제작 역사를 듣고 싶습니다. A(답변)16살 때 해방을 맞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살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우리 할아버지 고향이 울산 병영이니까 죽어도 여기 땅에 묻혀야겠다는 마음으로 병영에 터를 잡았습니다. 처음부터 장도를 만든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담뱃대 만드는 것부터 배우라 해서 배우게 된 것이었지요. 예전엔 병영성 안에 유기, 숟가락, 장도 등을 만드는 공방이 61곳이 있어 ‘병영공예마을’이라고도 불릴 정도였거든요.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그중에서 은장도에 관심이 많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저한테는 그저 일상이었습니다. Q(질문)오동상감기법을 높이 평가받는다고 들었습니다. A(답변)장도를 제작하는 기법 중 오동상감(烏銅象嵌)기법은 울산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 기법입니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가 필요하기에 가장 어려운 공정이라 할 수 있지요. 구리와 금을 합금한 재료를 인뇨를 이용해 변색시킨, 검은빛이 나는 오동판에 조각해 은을 상감하는 기법입니다. 공방과 전시관에 을자(乙字)모양의 칼인 을자도(乙字刀)와, 음식물의 독을 검사하는 한 쌍의 젓가락이 붙어 있는 첨자도(籤子刀) 등 여러 종류가 전시돼 있으니 살펴보시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사진제공: 울산박물관 Q(질문)은장도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답변)먼저 순은 덩어리를 풀무불에 달굽니다. 불씨를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하여 1000℃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후 도구들을 이용해서 두들기고 늘려서 은판으로 만든 다음, 이 은판에 칼자루와 칼집의 모형을 올려놓고 본을 뜨게 되고, 본을 뜬 판 위에 용이나 사군자와 같은 각인을 조각하고 은땜을 합니다. 후에 오목 틀에 넣고 모양을 잡은 다음 줄과 사포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런 공정은 5일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에게 더 감사드립니다. Q(질문)은장도는 주로 어떤 용도로 쓰이나요. A(답변)보통 은(銀)으로 만들어서 은장도라고 하지만 재질에 따라 다릅니다. 예전에는 보다 구하기 쉬운 목(木)장도를 많이들 사용했지요. 시대가 지나고 고급화가 되면서 은으로 세공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장도는 칼집이 있는 칼로 주로 몸에 지니고 다니기 편한 장점이 있습니다. 장신구 역할을 하기도 했고 실용성도 있었지요. 상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칼을 지니고 다닌다는 것은 정신을 올곧게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몸단장을 단정히 하고 정신을 가다듬으란 취지에서 선물용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은장도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긴 하지만 가끔 장도의 가치를 알고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도 더러 있습니다. Q(질문)전통공예의 맥을 잇는다는 것. A(답변)많은 기술자가 있었고 장도에 대한 수요와 관심도 많았는데 이제는 다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장식품으로도 팔릴까 말까인데 이 힘든 길을 젊은 사람들이 들어서려 하지 않지요. 전통예술을 지원하는 사업이 보다 많아져 명맥이 이어졌으면 하는 소원이 있습니다. Q(질문)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A(답변)저 또한 후계자 양성을 위해 힘쓰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더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말을 마친 장추남 장인은 다시 작업에 매진했다. 그의 굽은 어깨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작업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열정이 부디 불꽃이 되어 후대에도 계속 계승되기를 바라본다. ▲ 장추남 장인 전시관 주소 울산 중구 새즈믄해거리 47, 수연이네 시간 9:00 ~ 18:00 문의 010-5595-0888   현재 중구 문화의거리 수연이네에서 ‘명가(名家)의 품격(品格)’을 주제로 장추남 장인의 은장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병영의 마지막 장도가 피워낸 은빛 발자취를 부디 잊지 말고 눈으로 확인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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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2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골목, 젊음의 열기가 물신 피어나는 이곳에 울산 한옥 민박 1호점인 ‘수연이네’가 있다. 울산은 일찍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심 곳곳에 새로운 변화와 활력을 불어 넣어왔다. 수연이네는 2019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재탄생한 공간으로, 울산 1호의 한옥 민박집이다. 한 해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곳, 수연이네 한옥에서 계묘년의 기운을 물씬 받아본다.   ∥ 다향이 머무르는 수연이네 기왓장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 솜씨에 감탄하며 다가간 도심 속 전통 한옥. 다가갈수록 어딘지 모를 머나먼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다. ‘꽃비 내리는 날 차 한잔 데워놓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입구에 쓰인 문구를 따라 홀리듯 들어간 기와집 처마 아래서 수연이네 민박의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수연이네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장의 얼굴에 인자함이 가득하다. 온기가 그윽한 툇마루에 앉으니 겨울날 햇살이 따사롭다. 오랜 기간 다도를 배워왔다는 강수연 대표. 그녀의 얼굴에 그윽한 인자함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녀가 따라준 연잎차 한 잔에 추위가 녹아내린다. 다향이 머무르는 한옥 민박. 강수연 대표에게서 그 탄생 비화를 들어본다.   ∥ 고향 어머니의 마음으로 “머무르는 이들 덕분에 한옥의 깊이가 깊어져만 갑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과 여러 겹의 추억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Q(질문)수연이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답변)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수연이네 민박을 열게 되었습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민박을 하게 될 줄 몰랐지요. 저는 원래 차 선생님으로 차와 예절을 가르치는 사람이었고,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다도 예절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집에 왔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막연하게 느껴지던 찰나에 중구청에서 집을 활용해 숙박시설을 해볼 마음이 있느냐 제안이 왔어요. 주변에 숙박시설을 하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배워보고 싶은 생각에 2017년도부터 도시재생대학을 다녔어요. 2018년 12월에 졸업하여 다음 해 3월쯤 되어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뉴딜사업에 지원해보게 되었습니다. 전국의 155개의 팀이 지원하였고 통과한 22개 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지요. 국토부 교수님을 통해 도시재생을 배웠고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도시지원이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옥에 손댈 곳이 너무도 많아 수리하는 데 100일이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주민들과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금의 수연이네가 있게 되었습니다. Q(질문)도시재생사업은 무엇인가요. A(답변)도시재생사업은 도시 내 쇠퇴지역을 활성화하고자 국토부가 주도하여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탄생시키기보다는 기존 지역사회의 특징을 변화시키고 주민들 스스로 지역을 바꾸어 나가는 리뉴얼의 의미를 담고 있지요. 저 또한 중앙동을 알리고 싶어서 한옥을 쓸고 닦아 새롭게 쓰고 있습니다. 많은 재생사업이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Q(질문)수연이네 이름이 참 친근하게 다가와요. 대표님의 성함으로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다면요. A(답변)저희 수연이네 민박에 묵으시는 분들이 친근하고 포근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제 이름을 걸게 되었습니다. 제 고향은 경남 합천인데요. 어린 시절의 고향을 떠올리면 언제나 정겹고 따뜻합니다. 손님들이 ‘수연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제 추억 속의 고향처럼 정답게 느끼면 좋겠어요. Q(질문)수연이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답변)수연이네의 매력은 ‘만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께 방 열쇠만 드리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연을 만들어 갑니다. 여기 들어오시는 순간 가족이라 느낄 수 있게 말이지요. 툇마루에 앉아 머루 나무에 새들이 날아오는 풍경도 구경하고, 포도를 따서 먹기도 하고, 수업도 듣고 밥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수연이네의 식구가 되어 있지요. 지역의 예술가분들께서 찾아오셔서 공연을 열기도 하는데요. 손님분들께서 함께 즐기며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저도 기쁨을 느낀답니다. Q(질문)수연이네에서 운영하는 수업도 있다고 들었어요. A(답변)네. 제 경력을 발휘해서 다도수업, 천년 아로마 오일 수업, 연잎밥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도수업은 예절을 배우며 차를 접해보는 시간으로 다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년 아로마 오일 수업은 아로마를 만져보고 향기도 느껴보며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도와줍니다. 연잎밥 체험은 함께 연잎밥을 만들고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한옥 근처에 작업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수연이네 즐길거리 다도수업 1시간 1인 3만 원(숙박 시 1만 원) 천연 아로마오일 수업 다도수업과 함께 진행(30분) 연잎밥 체험 1시간 1인 3만 원 Q(질문)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A(답변)어느덧 제 나이가 인생의 중후반부에 들어섰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수연이네를 운영해보는 게 제 나름의 소박한 꿈이지요. 특히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 우리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렇게 작업 공간도 마련하게 되었네요. 우리나라의 멋진 문화가 참 많은데 많은 분이 모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초등학생들을 모집해서 함께 색동옷을 입고 동헌에서 강강술래나 숨바꼭질과 같은 놀이를 진행했어요. 앞으로도 이런 여러 가지 시도들을 통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 포도나무에 사랑 걸렸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머루 나무를 찾아 날아든 새들이 지저귀는 마당에 시선이 닿는다. 담장 아래 옹기종기 모인 옹기들과 주변 곳곳에 놓인 정겨운 장식품. 한옥 아래 더욱 멋을 발하는 풍경들이다. 수연이네 민박에는 저마다의 매력이 다른 세 개의 방이 있다. 세월의 깊이가 짐작 가는 문살을 열고 들어가면 한옥만큼 나이 먹은 고가구들이 인사를 건넨다.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다양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분명 있을 것이다. 수연이네의 겨울은 화목난로 옆 테이블에 앉아 불을 쬐며 군고구마를 함께 나누어 먹는 추억도 깃들어 있다. 툇마루 한 곳에 놓인 방명록을 읽으며 수연이네에 머물렀던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수연이네 민박 주소 울산 중구 새즈믄해거리 47 운영 15:00 입실, 다음 날 11:00 퇴실 요금 한칸 대여시 평일 6만 원, 주말 8만 원 전체 대여시 평일 20만 원, 주말 25만 원 문의 010-5595-0888   염구작신(染舊作新), 옛것을 물들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전통 한옥은 그야말로 염구작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모여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저 민박집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수연이네. 앞으로도 이곳을 찾는 이들과 함께 수없이 깊은 나이테를 새겨나가기를 응원해본다.  

    ##울산한옥민박 ##수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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